최모씨(50·회사원·서울 영등포구)는 “이런 광경을 보면 누가 백두대간을 찾겠느냐”면서 혀를 찼다.
강원도 백두대간 지역에 고랭지 채소밭이 크게 늘어나면서 산림이 사라져 자연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또 폭우가 쏟아지면 토사가 유출돼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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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랭지 채소밭, 산 곳곳 드러나 |
해발 400∼1300m에 있는 고랭지 채소밭은 1980년대부터 무더위와 수해에 강한 ‘1등 채소밭’으로 부상하면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고랭지 채소밭은 91년 4742ha였으나 94년 7066ha, 98년 8752ha, 올해 9414ha로 늘어나 1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랭지 채소밭에 사용된 농약은 적은 비에도 토사와 함께 인근 계곡으로 흘러들어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랭지 채소밭 인근 하천에서는 열목어 등 1급수에서 사는 어류들이 사라지고 있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金凡徹·49) 교수는 최근 ‘한강 상류지역의 오염원 유출실태’라는 논문에서 “강원 평창군 도암댐 유역 144km²에 고랭지 채소밭에서 유출되는 엄청난 토사와 농약으로 인해 어류가 큰 피해를 보고 동강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도 최근 백두대간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고랭지 채소밭을 만들기 위해 백두대간의 산림이 대규모로 벌채되면서 산림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면서 “백두대간 주변 고랭지 농경단지를 자연식생을 통해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도 고랭지 채소밭으로 인한 자연 파괴가 심각해지자 2001년 ‘한강 수계 상류 고랭지 경작지 흙탕물 저감 최저 관리대책’을 만들어 2005년까지 51억원을 투입해 완충 식생대를 조성하고 빗물 우회 수로 등을 만들어 유출 토사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정도의 계획과 예산으로 오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고랭지 채소밭의 확산을 막아야 하고 아울러 이미 개간된 곳도 친환경적인 농법을 개발해야 고랭지 채소밭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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