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배는 3년 뒤 동양(구 TBC)TV 개국 때 스카우트 돼 제작부장을 지냈고 1969년 MBC TV가 개국하자 다시 제작국장으로 영전되면서 당시 TBC의 ‘알짜 PD’들을 대거 동반했다.
그러나 MBC에서 문제가 생겼다. TBC에서 함께 온 PD들이 약속보다 봉급이 적다는 이유로 드라마 제작을 거부하는 집단 파업을 한 것이다.
선배는 “PD는 예술을 하는 ‘끼’가 문제지 돈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무위였다. 결국 선배는 생방송으로 드라마를 직접 연출했다. 선배는 이 고민 속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뜯는 바람에 후천성 대머리가 됐다고 할 정도다.
1973년 3월 3일 KBS가 한국방송공사로 탈바꿈하면서 선배는 MBC 제작국장직을 버리고 다시 KBS 제작부장으로 돌아왔다. 이 때 연출한 대하드라마 ‘북간도’는 선배의 피땀 어린 작품으로 아직까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선배는 대형 이벤트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어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과 식전행사를 깔끔하게 연출했다. 끝까지 제작 현장을 떠나기 싫어했던 선배는 “PD란 정년이 없는 천직이다. 제작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고 말하곤 했다.
이 시대, 그 선배 같은 참 PD가 존재할까. 최근 KBS PD협회가 동아 조선일보에 대해 취재 거부를 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서 그 선배를 다시 생각해본다.
공영방송 KBS 사장은 다른 누구에 비해서도 하자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KBS 사장은 방송에 문외한에다가 본인은 물론 두 아들까지 병역미필이다. 이런 사람을 앞장서 감싸는 것이 PD라는 엘리트 집단이 할 일인지 궁금하다.
70평생 ‘끼’밖에 몰랐던 그 선배를 기리며 후배 PD들의 경솔함에 크게 아쉬움을 느낌은 나만의 한탄일까.
세명대 교수·전 KBS 예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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