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웃소싱은 저임금의 매력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저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한다. 보잉사는 모스크바에서 디자인센터를 운영하며, 모건스탠리 증권은 뉴욕 주식중개인을 보조하는 애널리스트를 인도 뭄바이에서 고용한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1년 3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28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그 중 적어도 15%에 해당하는 4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에서 새로 생겨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형태의 아웃소싱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정거장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것. 과거에는 단순가공이나 콜 센터와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만 가능했으나 지금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 디자인, 회계, 보험수가 산정, 법률 및 의료 서비스, 심지어 비즈니스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형성된 저임금 국가를 말한다.
두 번째는 인터넷의 발달.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확보한 조사, 분석, 컨설팅 결과가 마우스를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세계 어디로든 배달된다. 뉴욕에서 발생한 컴퓨터 시스템의 문제가 인도 방갈로르 지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패치(프로그램 수정파일)에 의해 고쳐지게 되었다.
절박한 기업사정도 빼놓을 수 없다. 생산경쟁은 치열한데 수요는 줄었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연금 기여분까지 포함하면 기업수익의 75%에 달하는 금액을 인건비로 지불한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인력을 활용하면 인건비는 10분의 1로 줄어든다.
미국 간판기업의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70-70-70 전략’을 구사한다. 전체 고용의 70%를 아웃소싱하며, 아웃소싱의 70%를 해외에서 행하며, 해외 아웃소싱의 70%를 인도에서 한다는 것.
인도에서 현재 취업 중인 고급 정보기술(IT) 인력의 수는 65만명. 매킨지는 아웃소싱 확산에 따라 앞으로 5년 이내에 이 숫자가 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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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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