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유연숙/아름다운 택시

유연숙

남편을 따라 중국 상하이에 온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곳 상하이는 지반이 약한 관계로 지하철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교민들은 대부분 택시를 이용해 이동하곤 한다. 상하이의 택시는 친절하다. 꾸불꾸불한 골목길도 마다않고 원하는 장소까지 가는 것은 기본이고 가는 도중 친구를 태우겠다며 세워달라고 하면 군소리 없이 응한다. 집 앞에 택시를 대기시켜 놓고 잠깐 물건을 갖고 오겠다고 해도 당연히 기다린다.

서울은 어떤가. 솔직히 서울에선 택시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서울 방문길에 친지집에 가려고 나섰을 때의 일이다. 마침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우산도 없고 짐도 많아 택시를 탔는데 큰길에서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아파트단지 안으로 들어가 달라고 했다가 운전사와 한참 승강이를 벌였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 길도 넓고 통행에 불편이 없었지만 운전사는 신경질을 내며 차를 거칠게 몰았다. 내가 “아저씨, 상하이에서는요, 택시가 좁은 골목도 다 들어가요. 저도 보통 때면 걸어갈 텐데, 비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라고 말하자 운전사는 “그럼 상하이에서 살지 여긴 뭐 하러 왔어요”라며 매몰차게 대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에 갔다가 나는 모처럼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짐을 몇 개 들고 택시를 타려고 하니 마음이 불안했다. 서울 택시들은 이 경우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곧바로 택시 한 대가 섰다. 운전사는 택시에서 내려 트렁크에 짐 싣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운전사는 오른팔에 의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몇 년 전 사고로 팔을 잃었다는 운전사는 내가 “태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자 “한 번도 승차 거부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며 밝게 웃었다. 운전사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운전사처럼 한국의 모든 택시운전사가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좋겠다.

유연숙 주부·중국 상하이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