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00억 쇼크']"이회창씨가 나서야 할 때"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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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비자금의 당내 유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왼쪽은 당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병렬 대표, 오른쪽은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모처와 통화하는 홍사덕 원내총무. -서영수기자
SK 비자금의 당내 유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왼쪽은 당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병렬 대표, 오른쪽은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모처와 통화하는 홍사덕 원내총무. -서영수기자
SK비자금 100억원의 한나라당 유입사건이 점차 그 얼개를 드러내면서 한나라당내 각 세력간의 이해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이 미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사태 수습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비자금 사용처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의 열쇠를 쥔 최 의원의 ‘입’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 진영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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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최 의원이 “비자금은 중앙당에 갔다”고 밝힌 데 대해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이회창 전 후보 진영은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 전 후보측은 적잖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 의원의 진술이 이 전 후보의 ‘사조직 유입설’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 전 후보를 향한 검찰 수사의 칼끝을 차단하겠다는 최 의원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최 의원이 ‘고교 동창’인 이 전 후보의 핵심 측근이란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의원은 최근 지인들에게 “그 돈은 이 전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강변해왔다.

결과적으로 최 의원의 이 같은 진술은 최 대표에게 공을 떠넘긴 셈이 됐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최 대표가 지도부에서 비켜 있었다 할지라도 당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23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비록 내가 지난 대선 때 자금 흐름 등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당을 승계한 입장에서 전적으로 내 책임하에 이 문제를 다뤄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 의원의 ‘책임 떠넘기기’에 상당히 격분해 있는 분위기다. 사건의 진상을 처음부터 숨긴 채 뒤늦게 ‘나 몰라라’식으로 발을 빼버린 최 의원의 태도 때문에 당의 초동 대응이 겉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 전 후보와 가까운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갈등의 이면엔 당 지도부에 대한 최 의원의 불만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최 의원은 최 대표와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에게 ‘SOS’를 거듭 요청했으나 서운한 답변만 들었다고 주변에 토로했었다.

이 전 후보측은 내심 최 대표 진영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이 전 후보에게 떠넘겨 ‘과거사’ 절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로부터 자유로운 최 대표가 이번 사건의 수습 과정에서 명실상부한 ‘최병렬당’으로 재편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사실 여부가 어떻든 당시 후보였던 이 전 총재가 대승적 차원에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서라도 이 전 총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후보는 돈과 원수진 사람으로 3김(金)처럼 돈을 만들 능력이 있었다면 97년 대선에서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전 후보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발언도 자칫 확산될지 모를 양측의 갈등설을 사전 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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