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신작 '화랑' 펴낸 이종욱 교수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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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만들어진 화랑도의 모습을 버려야 합니다. 충효로 무장된 순국무사로서의 화랑도상을 버리면 신라의 화랑도는 인간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은 전장에 나가 목숨을 바치기도 했지만 왕자와 어울려 여색을 탐하고 가무를 즐기고 쿠데타에 가담해 왕을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종욱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신작 ‘화랑’(휴머니스트 간)을 통해 잘못 알려진 화랑의 제 모습을 찾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20세기 한국 사학계가 애국심 고취를 위해 화랑도를 순국 무사로 왜곡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

1995년 발견된 162쪽의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대해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위작(僞作)이라고 주장한 데 반박하며 대대적인 논쟁을 벌였던 이 교수는 그 후 역주를 단 ‘화랑세기’(1999)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2000)를 내면서 ‘화랑세기’ 위작설에 맞서왔다. 이번 책에서는 ‘화랑세기’에 나타난 화랑도의 설치와 기원, 조직과 운용, 역사적 의의를 짚는 것과 아울러 화랑도와 사랑, 화랑도의 주색 편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까지를 드러냈다.

화랑도를 통해 본 신라는 지배 세력들이 근친혼을 통해 사회 정치적 지위를 지켜나간 사회였다.

이 교수는 “‘화랑세기’에는 난삽한 성관계가 나오기 때문에 주류 학계에서 화랑세기를 인정하기 힘든 것”이라며 “그러나 근친혼은 재산과 정치권력의 분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고대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관습”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윤리 기준으로 신라의 윤리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보고 싶지 않다고 눈을 감는 바람에 역사를 역사로서 바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화랑에 집착하는 이유는 “화랑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을 시작으로 20세기 신화로서의 역사학을 극복하고 역사의 본 모습을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화랑도의 흥행적 요소도 이 교수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화랑세기’에는 생생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엄격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열정적인 남녀 관계를 보여주어 영화 연극 게임 등 문화 콘텐츠 소재로 손색이 없다는 것. 현재 이 교수는 ‘화랑’을 소재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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