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의원은 이날 밤 검찰 조사 후 한나라당사에서 잠적 중인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과 비밀 회동해 SK비자금 대응책을 숙의한 뒤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이 SK에 독촉하기 전에 당의 어느 쪽에서 SK에 미리 연락을 취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SK에 돈을 달라고 독촉한 사실을 시인한 것은 SK에 대한 당 차원의 자금 모금 과정에 직접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당의 요청에 의해 SK로부터 돈을 받아 당에 전달했을 뿐”이라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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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전 재정국장은 최근 당 지도부에 “재정위원장인 최 의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최 의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SK비자금의 유입 경로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는 “최 의원이 받은 100억원은 당 재정국 관계자들을 통해 김영일(金榮馹) 당시 사무총장 등 지도부에게 전달됐다”며 “문제의 돈을 최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사람은 김창근(金昌根) 당시 SK구조조정본부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 재정국에서 지난해 10월 초 재정위원들에게 돈을 더 내도록 부탁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결국 SK측에서 ‘돈을 주겠다’는 연락이 당 재정국으로 왔다”며 “그러나 SK측에서 ‘얼굴도 모르고 줄 수는 없다’고 해 최 의원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약속 장소인 최 의원의 자택 아파트 주차장으로 SK측의 김 전 본부장이 혼자 차를 몰고 돈을 가져왔다”며 “최 의원이 액수를 확인한 뒤 김 전 본부장이 떠나면 부근에 대기 중이던 재정국 직원들이 바로 승합차로 이 돈을 실어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전에 SK측과 자금 전달 문제를 협의한 주체와 관련해 최 의원과 김 전 총장은 서로 상대방을 지목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재정국 관계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최 의원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SK 돈 모금 과정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고위당직자는 “이제 와서 김 전 총장과 최 의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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