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스톨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부회장(르노삼성 대표)이 24일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에게 다그치듯 주문한 내용이다. 권 장관이 이날 ‘전투적’ 노동운동 때문에 도저히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국내의 외국기업인들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다.
권 장관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서울저팬클럽(SJC) EUCCK 등 외국인투자기업 협의체 회장단 13명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초청해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실제보다 확대 증폭돼 불안정하게 비치는 측면이 있다며 이들을 달래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예상대로 외국기업인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투자 등)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본사에서 한국의 노조가 지나치게 투쟁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노사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 본사가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SJC 이사장인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한국후지제록스 대표)는 “1987년 이후 한국에 ‘민주노조’ 운동이 벌어지면서 강성 노조의 분규가 잦아졌다”며 “장관이 설명한 개혁방안이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피터 본 EUCCK 은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 산하에 외국계 은행 노조가 생기면서 무리하게 산별(産別)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외국계 은행은 협의체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제임스 블라직 AMCHAM 부회장(오웬스코닝 대표)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전면에 나서 사용자 대표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측을 배제한 노-정간 논의를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노사관계 법과 제도가 정비되면 정부도 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가 생긴다”며 “구체적 수치를 대기는 어렵지만 과격한 파업 횟수는 앞으로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노사관계 법 제도 개선 논의와 관련해 “일정 시점까지 지켜본 뒤 합의되지 않으면 확고한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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