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그동안 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해 왔지만 최 의원이 24일 ‘독자적 판단에 의한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하면서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최 의원이 지난해 대선 직전 SK로부터 돈을 받아 한나라당으로 옮긴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개입하고 최 의원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도 이 점을 인정했다. 최 의원은 24일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검찰에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 3차 소환조사에서 (SK비자금에 대해)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100억원의 사용 및 배분은 당 지도부가 알아서 했고 자신은 ‘중개자’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검찰은 최 의원이 당 지도부 및 핵심 당직자와 사전 논의를 하는 등 공모하고 돈을 받았다는 단서를 파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SK 돈이 당에 유입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재정국 및 사무처 책임자들이 우선적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이어 지난해 대선 당시 선거지도부의 역할 및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청원 선거대책위원장, 김영일 선거대책본부장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검찰에서 지도부와의 교감을 통해 SK에서 돈을 받았다고 시인할 경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조사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당에 유입됐는데 대선 후보로 나선 이 전 총재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지난해 10월 초 기업을 상대로 모금에 나섰던 최 의원이 이 전 총재로부터 “왜 자꾸 전화를 해서 (모금을) 독려하느냐”며 질책을 받았던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개입 단서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최 의원뿐 아니라 김영일 의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100억원의 모금 과정 및 사용처에 대한 전모가 드러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