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보완책의 한계=교육부는 24일 “평준화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평준화 보완책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을 늘려 다양한 교육 욕구를 수용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춘 교육을 실시하며 △평준화 지역에서 ‘선지원 후추첨제’(먼저 지망 고교를 정한 뒤 추첨으로 선발)를 확대해 학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완책은 교육부가 1990년대 후반부터 구상해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드러나고 평준화 도입 취지와 어긋나는 대목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교육부=교육부는 특목고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서울시 등이 서울 길음뉴타운에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를 설립한다는 계획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정면으로 반대했다. 특히 특목고가 중학생의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특목고 확대만 추진한다는 교육계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7차 교육과정의 핵심인 ‘학생의 수준별 이동 수업’은 교사 및 교실이 부족하고 수준별로 적합한 교재 및 평가 기준도 없어 사실상 교육현장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지원 후추첨제는 같은 학군 내에서 학생이 희망 학교를 정해 신청하면 교육청이 거리와 통학수단 등을 고려,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것으로 일부 평준화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몰릴 것이 뻔해 평준화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해명과 뒤처리에만 급급=경제부처와 서울시가 판교신도시 학원단지나 길음뉴타운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유치 등 교육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교육부가 이들 부처에 앞서 대책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최근 다른 기관이나 외부 인사가 교육 문제를 제기하면 이에 대한 해명과 뒤처리에만 급급하고 있다. 교육부가 24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앞으로 교육부와 협의 없이 교육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소개한 것도 이 같은 태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연세대 한준상(韓駿相·교육학) 교수는 “교육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 부족해 명확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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