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대검 중수부가 SK비자금 100억원이 한나라당에 유입된 확증을 찾기 위해 당 재정국 소유의 은행 계좌 추적을 검토하고 있다’는 23일자 석간신문 보도였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보도 직후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박진(朴振) 한나라당 대변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박 대변인은 “오후 2시경 중수부장이 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기사는 오보다. 계좌추적을 시작하지 않았고, 당장 그럴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고 기자들에게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통화 내용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 보고됐고, 최 대표는 오후 3∼4시경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에게 전화했다. 안 부장은 오후 5시경 박 대변인에게 “최 대표와 송 총장이 통화했다. 총장도 비슷한 내용의 해명을 했다”고 재차 전화로 설명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업무연락’ 정도를 주고받았던 검찰과 한나라당은 24일 오전 최 대표의 비공개 의원총회 발언을 계기로 ‘기(氣)싸움’에 들어갔다. 최 대표가 “지금까지의 수사는 선의로 받겠지만, 계좌를 건드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공개했던 것이다.
최 대표의 통화 내용 공개는 검찰 수뇌부를 자극했다. 송 총장은 즉각 “검찰총장이 그런 말을 압력으로 느끼겠느냐”고 평가절하한 뒤 “단서가 있으면 조사하고, 없으면 안 한다”는 원칙론으로 맞섰다.
참여연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제1당 대표가 검찰총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했고, 일선 검사들도 “검찰 수뇌부가 수사대상 기관에 전화하는 일은 부적절했다”고 반응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야당에 공정하지 않은 법 집행은 야당 탄압’이란 ‘형평수사’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또 ‘판도라의 상자’인 대선자금을 수사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자금도 공평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검찰이 2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한 SK그룹이 공식적으로 제공한 후원금은 한나라당 8억원, 민주당 25억원이었다. 비공식 자금이 한나라당에 100억원이나 제공됐다면 민주당은 얼마였겠느냐”고 공세를 폈다. 다른 당직자도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총무위원장이 SK그룹의 돈 20억원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도 검찰이 추가 조사를 중단한 것은 형평성 위반이다”고 비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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