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 들어선 남자는 정문에서 300여m 떨어진 단층 콘크리트막사를 찾았다. 겉모습은 평범한 막사였으나 내부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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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 아래 칩이 수북이 쌓인 테이블이 여러 개 있었고 100여명의 ‘고객’들이 열심히 ‘블랙잭’ ‘바카라’ 등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입구에서 한국 돈을 칩으로 바꾸고 테이블로 향했다. 간단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바도 있고 40, 50대 주부들이 가방을 들고 돈을 잃은 사람에게 접근해 밑천을 빌려주는 모습도 보였다.
카지노 테이블 곳곳에서는 “망했네” “에이, 참”과 같은 한국말 탄식이 들려왔다. 카지노를 찾은 100여명 중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고작 10여명. 카지노를 ‘점령’한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푸른색 체크무늬 남방셔츠를 입은 현역 국회의원 송모씨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송 의원은 옆에 앉은 여성과 간간이 대화를 나눌 때를 빼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송 의원의 테이블에는 개당 100달러짜리 칩이 수십개 쌓여 있었다.
자정이 넘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돈을 잃은 듯한 사람들은 “오늘 영 안 되네”라고 중얼거렸다.
돈을 딴 것처럼 보이는 한 40대 남자는 칩을 들고 막사 밖에 주차돼 있던 승합차로 향했다.
그 남자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칩을 건넸고 칩을 받은 사람은 계산기를 몇 차례 두드리더니 승합차 뒤쪽에 둔 금고에서 달러를 꺼내 건넸다. 오전 4시가 되자 카지노는 문을 닫았고 카지노를 메웠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송 의원도 오전 3시경 일어섰다.
카지노에 있던 한 남자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런 카지노가 열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부대 안에 상설 카지노는 없고, 대신 한 달에 한 번 카지노 세트를 마련해 ‘카지노 나이트’를 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은 출입이 금지돼 있으나 악착같이 카지노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까지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25일 서울 용산구 미 8군 안에 있는 카지노장에 간 것은 사실”이라며 “동행한 친구가 건네준 칩으로 카드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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