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0시반 최모씨(52·음식점 운전사)는 서울 은평구 증산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두 딸에게 술심부름을 시키는 등 가족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평소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던 최씨는 이날도 가족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을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작은딸(21)도 있어 부인 노모씨(45)는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최씨의 횡포는 새벽녘까지 계속됐다. 26일 오전 6시20분경 부엌에 있던 흉기 2개를 들고 가족을 위협하던 최씨의 눈에 큰딸(23·대학생)이 고춧가루를 뿌렸다. 남편이 괴로움에 눈을 감싸며 흉기를 떨어뜨린 사이 노씨는 떨어진 흉기를 주워 남편의 가슴을 찔렀다.
노씨는 남편 최씨가 술만 마시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가족들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툭하면 흉기를 들고 가족들의 목숨을 위협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참다 못한 가족들의 신고로 3년여 전에는 최씨에게 가족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노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큰딸에게는 본인 행동이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지 못한 점을 감안해 살인 공모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 지휘를 의뢰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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