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의 뉴타운 사업 중 길음과 왕십리는 최근 개발기본계획이 발표됐지만 은평은 주민들의 반발로 아직 개발기본계획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은평뉴타운 대책운영협의회’가 공청회를 두 번이나 무산시켰으며 가까스로 공청회를 개최한 뒤에도 집회를 이어가는 등 반발하고 있는 상태.
시는 30여 차례 주민간담회를 가지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주민들이 현행법 테두리를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평뉴타운 개발예정지역 내 진관근린공원 주변에는 군부대가 있고 공원 안에는 군부대의 벙커, 북한산길에는 콘크리트로 된 탱크 방어벽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이 4m의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
시는 뉴타운을 만들기 위해 고도제한을 33m까지 완화하기로 군과 협의를 마쳤다. 이 정도면 10∼12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높이.
그러나 협의회 최경준(崔慶駿) 위원장은 “아파트가 15층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군 시설을 완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곳은 녹지비율이 38%, 인근 공원까지 합하면 52%에 이르는 전원도시로 조성될 전망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택지도 부족한데 녹지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뉴타운사업반 김영수(金榮洙) 팀장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던 만큼 녹지를 최대한 살리고 저밀도 저층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이 좋아 아파트 값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규정된 사항마저 주민들이 반대해 시는 난감한 입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임대아파트를 50% 이상 지어야 하지만 주민들은 비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1만4000가구 중 원주민에게 공급되는 약 3000가구와 연립, 단독주택을 뺀 나머지의 반인 4750가구 정도가 임대주택이다. 원래 전체 가구의 50%가 임대아파트여야 하지만 이미 주택이 많은 지역을 재개발하는 뉴타운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비율을 줄였다는 것이 시의 설명.
최대 쟁점이던 보상과 관련해 시는 이미 건설교통부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승인이 나는 대로 내달 중 그린벨트 해제 후 구역 지정을 한다고 밝혔다.
구역 지정일을 기준으로 보상가가 매겨지므로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자연녹지 상태로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이렇게 되면 그린벨트로 묶여 있을 때보다 보상가가 훨씬 오르게 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마저 수용할 수 없다며 자연녹지가 아닌 일반주거지역 2종이나 3종으로 용도변경을 한 뒤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희선(陳喜善) 뉴타운사업반장은 “공영개발이기 때문에 보상이 끝날 때까지 반발이 계속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