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논 스모킹(Non-smoking)이라 흡연석에는 안 앉습니다. 이익치(李益治), 거짓말해서 얼굴이 노래지는구먼. 예끼, 이 나쁜 ×.”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1층 커피숍 현대비자금 사건 현장검증장.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전 고문 권노갑씨와 현대증권 전 회장 이익치씨는 치열한 ‘진실 게임’을 벌였다.
이씨는 고인이 된 현대아산 이사회 정 전 회장에게 권씨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으나 권씨의 변호인단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은밀한 제의를 할 리가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호텔 커피숍과 중식당, 일식당, 기사 대기실 등을 돌며 1시간여 동안 지배인과 도어맨 등을 상대로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오전 서울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서는 권씨가 1999년 봄부터 2002년 4월까지 약 3년간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식사비 수억원을 지불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진술이 나왔다.
중식당 종업원이었던 유모씨(29·여)는 “권씨는 식당에 올 때마다 8만원 상당의 상어 지느러미 찜을 꼭 시켰으며 2개 정도의 특선 메뉴와 식사를 포함해 1인당 20만∼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주문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또 “권씨가 매번 프랑스산 ‘샤토 탈보’ 포도주를 시켰고 이 가격까지 합치면 4명 기준으로 한 번 식사에 지출된 돈은 140만원가량 될 것”이라면서 “권씨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식당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술로 미뤄 권씨는 3년간 수백 차례에 걸쳐 식사비로 몇 억원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씨는 “정 전 회장이 식당에 왔던 기억은 없다”면서 “권씨 식사비용은 대부분 비서관이 지불했으며, 100만원이 넘는 현금을 세어 식사비를 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4차 공판에서 “나와 정 전 회장, 권 전 고문, 김영완(金榮浣·해외 체류 중)씨 등 4명이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두 차례 만나 비자금에 대해 논의했다”며 “식사를 한 뒤 매번 정 전 회장이 현금으로 100여만원의 식사비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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