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날 민주당에 대해 대선자금 자료를 공식 요구한 것은 일단 여야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성역 없이 공평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의 의미=민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SK 이외에 다른 기업에서 거둔 선거 자금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경우 검찰은 수사에 정식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허위 영수증 발급이나 이중장부 작성 등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했다는 단서가 포착될 경우에 한해서다.
검찰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무제한 특별검사제 실시’ 제안 이후 ‘SK비자금’ 수사를 원칙대로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논리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즉 그동안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가 SK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면 수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SK비자금 수사로 대선 자금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겠느냐’는 등의 의문이 제기됐으나 검찰이 이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서 예상하지 못한 정치권의 상호 폭로와 시인으로 무제한 특검제 카드와 형평성 시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앞으로 민주당이 제출한 대선자금 관련 자료에서 수사 단서를 적극적으로 확보한 뒤 수사 대상을 다른 기업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기업으로 수사 확대되나=검찰은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을 최근 소환 조사하면서 SK 이외 삼성, LG, 현대자동차, 롯데에서도 합법적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술과 함께 영수증 일부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업무조정국장이었던 이화영씨를 29일 소환해 ‘이중장부’의 존재 등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조사를 토대로 민주당이 SK 이외의 기업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얼마를 받았는지와 회계 장부를 어떤 식으로 처리했는지 수사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얘기만으로 수사가 80% 이상 자동으로 풀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도 쉽게 해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SK 이외의 기업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경우 SK비자금 수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대선자금 수수 관행 등으로 볼 때 수사의 불똥이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으로도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며 수사 기간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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