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영어동화책 펴낸 대원외고 천혜림양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9시 21분


자신이 펴낸 시각장애인용 점자 영어책을 읽고 있는 천혜림양. -박주일기자
자신이 펴낸 시각장애인용 점자 영어책을 읽고 있는 천혜림양. -박주일기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보며 즐겁게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어요.”

최근 점자로 된 영어동화책 ‘잉어 색시’를 펴낸 대원외국어고 3학년 천혜림(千慧琳·18)양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들이 영어 단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2학년 때부터 자원봉사를 한 천양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려고 유아용 알파벳 놀이기구를 만져보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천양은 여러 서점을 뒤지며 영어 점자책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외국에서 만든 영어 점자책은 수준이 너무 높아 교재로 적합하지 않았다.

천양은 올 3월 영어 점자책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출판 비용을 비롯해 소재 선정 등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천양의 부모는 비용 200여만원을 내놓으며 한국 전래 동화를 번역해 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천양은 ‘잉어 색시’ 등 동화 5편을 고르고 번역해 이를 점자로 옮겼으며 표지 디자인 선정까지 맡았다.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맷돌’ 등 고유한 단어를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번 넘게 교정을 보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완성된 책을 보는 순간 너무 신기했어요. 시각장애인 아저씨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어요.”

천양은 점자, 영어, 한글로 구성된 이 책 500부를 찍어 전국 각지의 점자도서관과 미국 영국의 점자도서관에 보냈다.

해외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천양은 “미국에서 법학 공부를 한 뒤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제3세계 사람들을 돕는 게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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