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지방분권 문제에 대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방분권 국민운동 측은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행정자치부)가 마련한 지방분권특별법은 정책방향이 분명하지 않아 의원입법을 통한 독자적인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운동 측의 특별법안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단일법안이다.
국민운동 측이 주장하는 정부안의 문제점은 △재정분권과 교육자치 등 행정분권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없고 △주민소환제 주민소송제 등 주민 참여를 통한 민주적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조항이 없으며 △지방분권위원회 구성에 지방의 대표가 참가하기 어렵다는 것 등이다.
특히 지방분권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기구(지방분권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국민운동 측과 정부는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국민운동 측 법안은 ‘행정기구로서 국가균형원을 설치하고 지방분권 추진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균형원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며 지방분권위원회의 권한도 심의기구에 한정한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조직의 입장차는 더 크다. 국민운동 법안은 ‘위원은 9명으로 하되 4명은 지방자치단체 전국협의회가 추천하도록 해 지방자치단체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정부안은 다르다. 위원은 지방분권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각계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하는 것으로 했다.
지방분권 국민운동 대표자회의 김형기(金亨基·경북대 교수) 의장은 “특별법안에는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주민소환제 도입, 지방분권위원회의 심의 의결 기구화, 분권위원회 위원 중 지자체의 추천 인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반대하는 경기도는 대승적 차원에서 법안 제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특별법이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규제하면서 경제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전 국토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경기도 출신 정치인과 국회의원 등은 이같은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별도로 국가균형특별법안을 마련하는 등 대응전략을 펴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우리나라가 국가균형발전과 동북아 경제중심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수도권의 잠재력을 살리면서 장기적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에 대한 규제 때문에 동북아 대도시인 도쿄 상하이 베이징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기도의 주장에 대해 고려대 염재호(廉載鎬·행정학) 교수는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지방육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문제”라며 “동북아 중심국가를 위해서는 외국자본 유입과 국제적 기준에 맞는 사회환경이 필요하므로 수도권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또 “수도권 집중을 풀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 서울과 지방으로 이분해 정책을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방을 수도권의 지방, 광역시의 지방, 중소도시의 지방, 농어촌의 지방 등으로 구분해 발전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행정 전문가인 영남대 우동기(禹東琪) 교수는 “경기도도 ‘지방’이므로 ‘지방살리기’식으로 감성적 접근을 하면 현실적으로 역량이 많은 경기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중앙과 지방의 대결구도처럼 가면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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