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대선자금 사과]“혹시 딴 뜻이…”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23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계복귀가 ‘느닷없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전 총재가 30일 SK비자금 100억원의 한나라당 유입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민주당측이 정계복귀 의도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이 전 총재의 회견직후 즉각 “비자금 사건을 디딤돌로 정계복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계심을 표시했다. 열린우리당도 “국민들이 지금 은퇴한 정치 지도자의 말을 들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이 전 총재의 회견의미 자체를 폄하했지만 적잖게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이미 지난 대선 직후에 여러분 앞에서 말했듯이 정계를 떠났다. 정계복귀 운운은 나올 여지가 없다”며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전 총재측은 정계복귀 논란을 차단키 위해 세심한 배려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회견문을 작성한 데다 정계를 떠난 입장임을 강조하는 등 정치적 내용은 일절 담지 않았다. 또 불필요한 억측을 막기 위해 박진(朴振) 당 대변인이 아니라 이종구(李鍾九) 전 공보특보에게 회견 사회를 보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복귀’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전 총재 자신이 대선비자금 사건공방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사실상 정국구도가 노무현 대통령 대 이 전 총재의 구도로 옮겨가게 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선패배 직후 미국으로 외유를 떠났던 이 전 총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영구 귀국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그의 정계복귀 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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