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낮 12시반경 경남 양산시 경부고속도로 편도 2차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t 화물트럭이 2차로가 비어 있는데도 12km 이상을 1차로로 계속 달렸다.
23일 낮 12시경에는 경남 김해시 진례면 남해고속도로에서 부산 방향으로 가던 승용차 2대가 앞지르기 차로를 서로 차지하려다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편도 4차로인 김해시 진례면 냉정∼창원 구간(18km) 남해고속도로는 1, 2, 3, 4차로 순으로 달리는 차량이 많다. 많은 차량이 서로 빨리 달리려고 1차로를 차지하다 보니 앞지르기 차로인 1차로가 저속차로로 바뀌고 4차로가 앞지르기 차로로 바뀌었다. 차로가 엉망으로 뒤죽박죽된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현주소다.
왕복 8차로 245km, 6차로 236km, 4차로 1954km 등 전국 23개 노선 고속도로 2660km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게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속도로 차로의 혼돈은 사고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차량 흐름을 막아 고속도로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만 교민 김점배(金点培·47)씨는 “최근 고국을 찾았다가 고속도로에서 지그재그로 달리는 차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차로가 엄연히 구분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 현재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총 2659건의 교통사고 중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는 2287건이며 이 가운데 20∼30%는 앞지르기 차로와 주행차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트럭 운전사 정종호(鄭鍾湖·40·전남 여수시 중흥동)씨는 “앞지르기 차로를 차지하려는 차량과 주행차로로 추월하는 차량이 뒤엉켜 고속도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고속도로의 1차로를 앞지르기 차로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도 지방도의 1차로는 승용차, 중소형 승합차, 1.5t 이하 화물차가 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1년 7월 법 개정 이전에는 앞지르기 차로와 주행차로가 구분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국도나 지방도를 이용하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차로 구분 없이 무조건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부산 울산 경남의 고속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경남지역본부 김대진(金大振·43) 교통상황실장은 “단속에는 한계가 있어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도로공사측은 고속도로에 ‘ㅠ’자 모양으로 세워놓은 문형식 표지판에 ‘앞지르기 차로’와 ‘주행 차로’를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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