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광주-전남 '제살깍기 경쟁'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9시 00분


“광주와 전남은 왜 파이(빵)를 키울 생각은 안하고 쪼개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경륜장 유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6월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파이론’을 꺼냈다. 이 관계자는 “두 자치단체가 서로 경륜장을 달라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공동 유치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사안은 경륜장 뿐만 아니다. 2012년 인정박람회를 둘러싸고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전남도가 2010년 세계박람회 여수유치에 실패한 직후 2012년 인정박람회 개최를 추진하자 광주시도 같은 해에 광(光)박람회를 열겠다며 유치를 선언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1월 광주토론회 때 박람회 문제를 조율하지 못하면 두 박람회가 모두 무산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대통령이 정책협의를 강하게 주문했지만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이번에는 광주전남 지역 16개 정부 산하기관을 한 곳으로 모으는 정부 지방종합청사 유치 문제를 놓고 광주시와 전남 나주시가 대립하고 있다. 나주시는 행정자치부가 나주시에 청사 건립을 전제로 내년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사업을 광주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광주시는 정부가 ‘광주 도심 공동화’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으며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과 나주시장의 밀실 합의’를 거론하며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론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자치단체 간 갈등과 반목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서로 힘을 합해도 부족한 판에 제 살 깎기 경쟁으로 힘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과 박태영(朴泰榮) 도지사의 책임이 크다. 시 도지사는 민선 3기 출범 이후 단 한번도 광역행정협의회를 열지 않았다. 비공식 만남이나 사석에서도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한 채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이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자치단체끼리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과거처럼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상생의 ‘공통분모’를 찾지 못한다면 광주와 전남은 모두가 지는 게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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