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한 기간을 서울과 근교를 돌며 수소문했지만 아무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날 저녁 지역번호 ‘032’(인천 일원)를 쓰는 지역에서 필자의 여동생과 이름 나이 고향이 같은 사람을 찾았다는 전화가 왔다. 당사자와 통화가 이뤄졌으나 반가움도 잠시, 그 사람은 생일이 다르다며 전화를 끊었다. 혹시나 다시 소식이 있을지 몰라 한참을 기다렸지만 회신이 없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인천에 가보기로 마음먹고 얼마 전 필자가 임시로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주변의 전철역에 갔다.
중국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에게 교통요금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매표소 직원에게 교포임을 밝히며 할인권을 요청했다. 내가 중국 노인우대증과 여권을 제시하려 하자 담당 직원은 이를 볼 생각도 않고 무조건 “교포는 안돼. XXX 같은 것들”이라고 욕설을 했다.
평생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필자로서는 이런 욕설을 듣는 것이 처음이라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날따라 표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 줄이 길었는데 얼마나 무안하고 쑥스러운지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황당하고 말문이 막혀 입도 못 열고 옆으로 비켜서 한참 있다가 사람이 적어진 후 차표를 샀다.
전철 타는 곳으로 가면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역무실 내 고객상담소에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만약 담당직원이 “교포는 80세라도 우대를 받을 수 없으니 표를 구매하라”고 친절하게 얘기했다면 이렇게까지 모욕감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단군의 후손인 백의민족은 윗사람을 존중하고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것이 주변 나라에도 알려져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했다.
여동생을 찾는 과정에서 귀인들을 만나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았기에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데 교포를 무시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어 안타깝다.
김건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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