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연봉 1억원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철저한 경력관리와 자기계발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 가운데 억대 연봉이란 대기업 임원들에게 국한된 일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연봉제를 채택한 외국기업들이 앞 다퉈 진출하고, 직장인들도 ‘승진’보다 ‘몸값 올리기’에 열중하면서 억대 연봉자가 부쩍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직장근로자 838만명 가운데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3만4180명(0.4%)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250명 가운데 1명은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는 뜻. 과거 임금수준이 낮아 파업을 자주 했던 생산직에서도 억대 연봉자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실제 1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IBK컨설팅코리아는 자사 고객 가운데 1억원 이상 연봉자 100명의 특징을 조사했다.
▽금융 정보기술(IT) 종사자가 많다=억대 연봉자가 종사하는 업종은 금융 42명, IT 28명, 컨설팅 13명 등으로 나타나 금융 IT 분야가 70%를 차지했다.
IBK컨설팅코리아 김한석 컨설턴트는 “금융과 IT 분야는 제조업보다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더 크고 개인이 직접 성사시키는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액연봉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별로는 영업 및 마케팅 분야가 41명이며 기술 및 연구직 14명, 전문직(통·번역사, 변리사 등) 31명 등이었다. 기업들이 무엇보다 영업과 마케팅을 중요시하고 이들이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큰 역할을 했다.
외국기업은 철저하게 직원들의 이익기여도를 측정해 그 비율대로 성과급을 준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PB(Private Banker)나 IT관련 기업의 영업사원, 핵심기술인력 등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과가 명확히 나타나는 직종에서 억대 연봉자가 늘어난 것.
▽평균 3번 직장을 옮겼다=조사대상자들은 평균 2.98회 직장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횟수는 3회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2회 26명 △4회 20명 △5회 이상 7명 △1회 6명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직 전직 등을 통한 연봉협상 기회는 핵심 인재들의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외국계 IT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인력을 영입하면서 본사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해 억대 연봉자가 많이 나타나게 됐다.
100명 가운데 70명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외국기업 근무가 연봉상승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령별로는 36∼40세가 4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평균 나이는 40.2세였다. 이어 41∼45세는 32명이었으며 30대 초반(31∼35세)도 9명이나 됐다.
성별로는 남자 96명, 여자 4명으로 남자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IBK컨설팅코리아 문형진 이사는 “기업들이 효율적인 성과측정 기법을 도입하면서 비(非)영업 분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영업 분야 외에 일반 생산 관리 분야에서도 억대 연봉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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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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