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를 한 바퀴 돌리면 비둘기가 나타나고, 조각난 헝겊들이 모자 속에 들어간 뒤 길게 이어지며 사라진 동전이 관객의 귓속에서 나타나는 마술 등을 능숙하게 선보여 보는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입장료(1000원) 수입은 모두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고양시청에 맡길 예정.
정군은 고양시 국립암센터와 일산병원,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자선공연도 열 계획이다.
그는 “마술을 보면 상상력이 커지고, 힘든 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방학 때 사설학원에서 마술을 익힌 그는 인터넷 동호인 모임에서 만난 동아리 멤버들과 매주 3회 호수공원 내 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연습하고 있다.
그동안의 공연과 마술학원 수강 등의 경력을 인정받아 그는 올해 국내에서 처음 개설된 동아인재대 마술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그의 주요 교재는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의 공연 녹화 테이프.
“단지 신기한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하는 깔끔한 무대 매너와 말솜씨도 중요하거든요.”
그는 이은결을 만나면 기술보다 마술사로 성장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학업 성적은 중하위권이지만 담임선생님은 그의 마술에 대한 열정을 격려했다. 또 고양시는 정군이 마술지팡이와 비둘기 등 마술도구를 구입하는 것이 벅차다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정군을 지원하고 있다.
마술에 빠진 아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정군 부모는 몇 차례 자선공연을 본 뒤 후원자가 됐다.
간단한 마술을 보여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동전 마술을 보여드리죠. 그런데 동전이 어디 있나”하면서 주머니를 뒤적이던 정군은 “아, 여기 숨기셨군요”하면서 기자의 귀 밑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100원짜리 동전을 눈앞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달라고 하자 웃으면서 “마술은 그냥 보고 즐기시면 돼요”라며 거절했다.
그는 “나도 즐겁고 나를 보는 사람들도 즐거워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언제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훌륭한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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