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 시달려 자살 국가 일부배상 책임”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19분


서울고법 민사7부(손기식·孫基植 부장판사)는 3일 군에서 지휘관과 선임병들에게 질책과 폭행을 당해 자살한 박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국가는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최근 법원이 부대 안에서 자살한 사병의 유족들이 보훈기관을 상대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잇달아 기각한 가운데 이번 판결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대 내 폭행과 가혹행위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준다”며 “중대장이 박씨에게 심한 질책을 하고 선임병들에게 ‘후임병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다그쳐 육군 복무규정에 위배되는 사병 상호간 폭행 및 가혹행위를 부추겼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도 질책의 원인을 제공했으므로 국가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7월 입대한 박씨는 같은 해 10월 위병소 경계근무 중 순찰하던 중대장에게 담배와 라이터,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던 것이 적발돼 심한 질책을 듣고 선임병들에게 얼차려와 폭행을 당했다. 그는 이어 군무이탈했다가 3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초 경기 안성시의 한 야산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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