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은 불구속… 從犯은 구속…법정서 바로잡아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29분


구속영장이 함께 청구된 주범과 종범 중 종범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이 발부돼 재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소 직원 추모씨(42)는 브로커 정모씨(39)로부터 고객을 소개받아 지난해 9월∼올해 6월 할부금이 미납된 차를 완납된 차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싼값에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5000여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9월 2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주범인 추씨의 영장을 기각하고 종범인 정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어리둥절했지만 법원의 결정대로 추씨는 불구속기소, 정씨는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서울지법 형사12단독 천대엽(千大燁) 판사는 최근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주범이 불구속되고 종범이 구속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정씨에 대해 보석을 허가해 석방했다.

이어 재판부는 추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정씨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씨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전문 위조단과 직접 연계해 범행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범행으로 얻은 이득액이 적지 않아 실형을 선고했다”며 “정씨는 이 사건 일부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보이며 이득액도 55만원에 불과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당시 구속영장 심사를 담당했던 서울지법의 최완주(崔完柱) 영장전담판사는 “하루에 수십건의 영장을 심사하기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맞게 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전담판사와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한 명이 한달에 수백건의 영장을 심사하기 때문에 실수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인신구속에 관련된 일인 만큼 실수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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