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오토바이 굉음 막아주오"…폭주족들 한밤질주

  • 입력 2003년 11월 3일 20시 46분


“도시 소음의 주범, 오토바이 폭주족을 잡을 길은 정말 없나요?”

광주 동구 학동의 도로변 아파트에 회사원 김모씨(37)는 거의 매일 새벽 2시경 귀를 찢는듯한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깨곤 한다.

굉음의 주범은 오토바이 폭주족들.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핸들을 낮추거나 차체 뒤쪽을 30∼50cm 가량 높이고, 소음기를 떼내 굉음을 내는 이들 폭주족들은 차와 차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운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김씨는 3년전 이 같은 소음을 견디다 못해 2년여 전에는 전남경찰청 인터넷사이트에 “제발 오토바이폭주족을 단속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김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굉음을 유발하며 난폭 질주를 일삼는 오토바이 탑승자들의 대부분이 택배회사 및 음식점 배달원들인 것 같다”면서 “경찰의 단속의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시내 5개 경찰서에 2001년 8월부터 ‘오토바이 폭주족 전담반’이 설치돼 있고, 때때로 특별기간을 설정해 단속을 벌이기도 하지만 단속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다.

경찰은 “단속 인원이 부족한데다 실제 현장에서 폭주족을 추적해 단속하려면 상당한 사고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 같은 경찰의 태도가 △과속 및 신호위반 △급차선 변경 끼어들기 △중앙선 침범 등을 일삼는 ‘거리의 무법자’ 폭주족을 활개치도록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단속의지만 있다면 백화점 도매시장 등 유통업체 주변과 택배업체, 다방 음식점 등 이들 폭주족들을 고용하는 영업장에 나간다면 얼마든지 사고 위험없이 소음기제거 등 불법구조변경을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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