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재정상태가 양호했던 한나라당은 기존 후원금을 ‘곶감 빼먹듯’ 써오다 최근 “당 경상비 마련하기도 벅차다”고 호소하고 있다. 재정국 관계자는 “연초에 들어온 후원금 수억원과 분기별 국고보조금 25억여원으로는 매달 20억원이 넘는 경상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개인후원회를 가진 한 초선 의원은 “후원금이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기업 돈 수수거부 방침을 밝힌 이후 개인후원회 개최도 연기돼 의원들의 사정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이양희(李良熙) 의원도 7일 열려던 후원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밀린 당사 임대료만 30억원에 이르는 민주당은 아예 “길거리에 나설 판”이다. 한 재정 관계자는 “최근 선관위로부터 받은 보조금 20여억원은 인건비로 다 써버려 이달부터는 당직자들 월급도 제대로 못 줄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재식(張在植) 사무총장은 “여론이 좋지 않아 중앙당 후원회 개최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소속 의원들이 국회 농협지점에서 2000만원씩 대출받고 일부는 사재를 털어 당을 운영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5일 처음으로 당직자들에게 활동비 명목의 월급을 지급했다. 우리당은 자금압박 때문에 11일 창당대회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 때는 이벤트 회사에 행사비로만 6억원을 줬는데 11일 대회는 2억원 이하로 모든 것을 맞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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