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학원가 수능 예상 문학작품 언어 18개 지문중 4개 적중

  • 입력 2003년 11월 5일 18시 59분


5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인터넷 대학입시 관련 사이트와 교육방송(EBS)의 출제 예상 문제에 들어 있는 문학작품의 지문이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언어 영역 지문 18개 가운데 4개가 이들 작품에서 나왔다.

인터넷 대학입시 관련 사이트와 EBS 등은 출제 예상 문학작품으로 최인훈의 ‘광장’과 ‘회색인’, 월북시인 백석의 작품, 김용준의 수필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백석의 시 ‘고향’과 김용준의 수필 ‘게’가 지문으로 출제됐다.

또 모 학원 강사가 수능 최종 대비용으로 만든 문제집에서 강조한 철학자 칸트의 작품과 양자역학에 관한 글도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지문으로 출제됐다. 또 EBS의 한 언어영역 강사는 백석의 시와 김용준의 수필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서점에 가서 출제 예상 작품이 든 책을 사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당 강사들이 출제위원으로 누가 선정됐는지를 미리 파악해 출제 성향을 분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강사들은 “교과서와 과거 출제 경향 등을 분석해보면 어떤 지문이 출제될지 대강 파악할 수 있다”면서 “월북 작가의 작품이나 양자역학 등은 얼마든지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본부는 이날 발표한 언어영역 출제 경향 해설에서 “예상 지문 출제에 따른 논란은 문제의 방향을 미리 생각했던 것에서 다른 쪽으로 전환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고 밝혀 사전에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수능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백석의 시 ‘고향’은 검인정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칸트의 글에서 인용한 지문은 모 강사가 만든 문제집의 지문과 다르다”면서 “양자역학과 관련한 주제도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 등에 흔히 등장하는 것으로 설사 지문의 출처가 같더라도 문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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