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능개편 피해가자"…大入 하향지원 크게 늘듯

  • 입력 2003년 11월 5일 19시 01분


《5일 치러진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영역별 난이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 정시모집에서 수능 영역별 성적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부터 수능 체제가 바뀜에 따라 수험생들의 하향 안전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 진학 지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 분위기=상위권 수험생들은 1교시 언어와 2교시 수리영역이 대체로 쉽게 출제되자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2교시가 끝난 뒤 점심시간에는 시험실 밖에 나와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모의고사 점수가 360점대인 박재현씨(20·상문고 졸)는 “언어영역에서 일부 까다로운 문제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아 점수가 다소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하위권 학생들도 “모의고사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3교시 탐구영역 시험을 마친 뒤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어려운 문제에 시달린 수험생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모의고사 380점 수준인 용산고 3학년 이용준군(18)은 “확실히 지난 모의평가 때보다 어려워 5∼6점 정도 떨어질 것 같다”면서 “과학 문제는 자료해석 부분이, 사회 문제는 일정한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아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330점 수준인 용산고 3학년 장모군(18)도 “9월 모의고사 때보다 매우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올해 수능에서는 과학탐구가 크게 어렵고 수리 Ⅰ, Ⅱ도 공통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아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에서는 언어와 사회탐구 영역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재수생 강세 예상=올해도 재수생이 재학생에 비해 상위권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극심한 눈치작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치·의대와 한의대 등은 자연계 고득점자들이 많이 몰리는데다 내년부터 수능 체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쟁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학생과 재수생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던 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재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수능에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은 2학기 수시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수능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예상보다 수능시험을 잘 보지 못한 수험생은 2학기 수시모집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향지원 두드러질 듯=내년부터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 체제가 개편됨에 따라 올해 수험생 가운데 재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진학지도 교사들은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하향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충북 오창고 임근수 진학부장은 “올해는 상위권과 중하위권을 막론하고 하향 안전지원을 하겠다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어떻게 설득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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