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6m의 좁은 보도에 노점이 가득 들어차 있다. 2.8km 길이의 거리에 판매대, 쓰레기통 등 각종 시설물은 594개. 시설물의 숫자만 해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204개)의 2배가 넘고 관리 주체에 따라 색상도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방치된 불법 간판과 광고물은 시각공해 수준이다.
종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 거리의 특징을 요약하면 ‘무질서, 부조화, 보행 불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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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중심의 가로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온 서울시는 올해 종로를 정비하는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내년까지는 시 전체에 대한 가로 정비계획을 세운다. 서울의 거리는 이제 확 바뀌게 된다.
▽종로를 바꾼다=종로1가에만도 7종류인 보도블록을 통일시키고 가로 시설물을 정비한다. 거리의 흉물이 된 한국전력의 분전함은 지하에 묻거나 나무를 심어 안보이게 할 계획이다.
성공의 관건은 민간의 참여. 기반시설은 시가 하지만 건물 개보수와 간판 정비는 건물주가 동의해야 한다. 시는 종로 일대 10여개 건물을 시범 건축물로 정해 자금 지원에 들어갔다.
2006년까지 강북 개발의 핵심이자 서울의 상징 거리로 종로를 재탄생시킨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종로 1∼3가는 2005년 5월까지, 4∼6가는 200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가로 시설물 디자인 통일한다=시 전체 가로 시설물의 형태와 재료, 색상에 대한 통일된 디자인이 곧 제시된다. 시는 디자인 지침에 권고 사항과 금지 사항을 명시할 계획.
기본계획을 수립한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은 버스승강장의 경우 광고면은 전체의 4분의 1을 넘지 않게 하고 폭은 2.5m 정도로 하되 보도의 폭이 줄어들지 않도록 보도를 바깥쪽으로 확장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가로등은 20∼25m 간격으로 가로수와 교차되게 세우고 자치구 로고 등 장식은 금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관련된 시설물은 통합해 숫자를 줄인다. 가로등에 불법스티커 부착 방지대를 붙이고 국기꽂이와 배너걸이 교통표지판을 함께 만드는 방안, 버스승강장에 벤치와 노선안내표지판, 쓰레기통을 놓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색상은 원색을 억제하고 저채도의 중성색채 계열이 사용될 전망.
시 도시정비반 안재혁(安載赫) 팀장은 “옷을 입을 때 조화가 중요한 것처럼 도시환경에도 이제 ‘토털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며 “각종 시설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2005년까지 을지로 퇴계로 등 주요 거리 중 시범가로를 선정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시범구를 지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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