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충청권 직장인들 "일할 맛 안나요"

  • 입력 2003년 11월 5일 22시 56분


“도대체 일 할 맛이 안나요.”

요즈음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지목되고 있는 충청권에서 만나는 월급쟁이들마다 하는 소리다.

주변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챙겼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직장조차 나가기 싫다고 말한다.

남편 월급을 쪼개 아파트 관리비, 자녀 교육비에 쓰고 간신히 가계를 이끌어가는 평범한 주부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남편들은 노동에 대한 좌절감을, 주부들은 절약에 대한 미덕을 잊은 지 오래된 느낌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월급쟁이뿐만 아니다.

의사 박모씨(42)는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느라 허리가 휘는데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 수입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다”며 “그쪽(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동료도 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 김모씨(38)도 “날마다 의뢰인을 만나러 교도소를 방문하고 변론문을 쓰느라 밤새우지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일할 의욕조차 안 난다”고 말했다.

사회의 고소득층조차 이런 반응이니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일반 시민들은 어쩌랴.

게다가 최근에는 대전의 50대 부동산중개업자가 미 분양된 아파트 123채를 가계약해 최고 5000만원까지 웃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시민들은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며 “도대체 얼마를 번거냐”는 소리를 반복한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곳의 임야를 되팔아 수백억원 대의 차액을 챙겼다는 소식에는 “어딘가 그런 땅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나 국민들은 “챙길 사람은 모두 챙겼는데 뒤늦게 차를 탄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며 오히려 불평이다.

충청권 전체가 ‘부동산 신드롬’으로 얼룩져가는 분위기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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