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용산 야생조류 보호센터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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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새들의 안식처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야생조류보호센터의 야외 새장. 천연기념물인 참수리를 돌보는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의 손길이 따스해 보인다. -이훈구기자
다친 새들의 안식처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야생조류보호센터의 야외 새장. 천연기념물인 참수리를 돌보는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의 손길이 따스해 보인다. -이훈구기자
한국조류보호협회의 김성만 회장이 철망 문을 열고 들어가 “배가 많이 고프구나”라면서 팔뚝만 한 생선을 던져주었다. 참수리들은 서로 다투어 한 토막씩 입에 물었고 이내 조용해졌다.

이곳은 한국조류보호협회가 운영하는 야생조류보호센터의 야외 보호동. 전국 각지에서 다친 새들이 후송돼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서울에선 이곳이 유일하고, 전국적으로도 강원 철원군과 경기 파주시에만 있을 뿐이다. 새장은 용산구가 지어주었고 협회에서 문화재청과 기업 등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2개 보호동에선 현재 참수리 3마리와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 4마리가 지내고 있다. 근처의 협회 사무실에선 역시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 2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참수리 3마리는 지난해 파주시와 전남 목포시에서 독극물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고 있었거나 날개를 다쳐 들어왔고 지금은 치료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수리부엉이의 사연은 좀 색다르다. 1마리는 올해 초 경기 양주군의 한 양계장에 몰래 들어가 닭을 잡아먹다가 주인에게 들켜 얻어맞고 다친 뒤 이곳에 왔다. 다른 3마리는 올 8월 경기 김포시에서 자동차에 부딪혀 날개를 다쳤다. 양계장에서 얻어맞은 부엉이는 거의 회복됐으나 자동차에 부딪힌 부엉이는 부상이 너무 심해 다시는 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김 회장은 안타까운 사연 하나를 더 보탰다.

“수리부엉이 1마리가 더 있었는데 얼마 전 뇌진탕으로 죽었습니다. 10월 초 주말 밤에 한강에서 불꽃놀이가 열리자 놀라서 달아나다 철망 벽에 부딪혀 죽고 말았죠.”

조류보호센터엔 매년 1000여마리의 다친 새가 들어온다. 비둘기가 가장 많지만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천연기념물이나 희귀새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등이 고층빌딩에 부딪히거나 추락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건물에 세게 부딪히면 목뼈가 휘기도 한다. 이런 새들은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독극물에 중독되거나 자동차에 부딪힌 뒤 날개가 부러진 경우도 적지 않다. 김 회장은 “새들은 뼛속이 비었기 때문에 한 번 부러지면 다시 붙이기 어렵다”면서 “그러면 절단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을 받으면 스트레스로 죽는 새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역점을 두는 치료 방법은 휴식을 취하게 해주고 잘 먹이는 것. 70% 정도는 살아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약 10%는 불구가 되고 20% 정도는 죽고 만다.

김 회장에겐 이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는 “서울에 다친 새를 보호하는 새장이 2개뿐이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도 공간이 비좁아 어려움이 많다. 새장이 넓었다면 수리부엉이가 놀라 달아나도 벽에 부딪히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많은 새들을 살릴 수 있을 텐데…”라면서 주위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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