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광역 인프라를 구성하고 새로운 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기반 시설에 투입돼야 할 개발이익이 입주자와 건설업체, 토지개발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처럼 개발이익이 줄줄 새다보니 예컨대 제주도민이 낸 세금이 엉뚱하게 경기도의 난개발 후유증을 치유하는 데 사용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도시를 개발할 땐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기반시설 구축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 대상 늘려라=국토연구원 정희남(鄭希男) 연구위원은 “개발이익 환수대상을 수도권의 택지개발지역뿐 아니라 신도시 개발 예정지와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 개발예정지 주변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과세표준을 현행 공시지가에서 시가로 변경해 개발이익이 실질적으로 환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에 따르면 1980∼2001년 땅값은 1284조원이 오른 반면 환수된 개발이익은 취득세와 개발부담금을 포함해 113조원에 그쳤다. 취득세를 제외한 환수율은 전체 개발이익의 6.1%에 불과하다. 더욱이 공시지가가 시가의 50% 정도를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수율은 3.5∼4.4%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개발이익은 다 어디로 갔을까. 토지개발업체와 건설업체, 입주자, 그리고 개발지역의 주변지역 주민들이 다 챙긴 것이다.
▽미래에 발생할 이익도 거둬라=핵심은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 문제. 인근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주변지역도 재산가치가 덩달아 상승하고 신도시의 도시기반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개발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고양시 일산신도시 주변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은 바로 이런 효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주변지역의 난개발은 결국 신도시의 환경마저 악화시키지만 현 제도 아래에서는 주변지역에 부담을 지우거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없다.
노태우(盧泰愚) 정부는 개발사업지 인근 유휴토지에 대해 3년 단위로 과세하는 토지초과 이득세를 1989년 도입했다. 그러나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 1993년 이후 과세를 하지 않다가 98년 12월 이를 폐지했다.
고철(高鐵)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실현이 확실한 이득은 환수해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활용해야 한다”며 “다만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힘든 만큼 개발부담금은 물리되 당분간 유예했다가 개발이 이뤄질 때 거둬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기반시설 구축 책임져야=전문가들은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주택의 물리적 공급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도시기반시설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위해 지자체는 개발부담금을 부과할 때 개발유형별로 지가와 공사비용 등을 고려한 개발부담금 추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또 거둬들인 부담금은 특별회계로 만들어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李相大) 연구위원은 “개발계획이 본격화되는 실시설계 단계부터 해당 지자체가 환수 이익금을 사용해 시행사나 건설업체에 도시 인프라 구축을 책임지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투기장 된 신도시▼
자영업자 양모씨(52). 1989년 서울 강남의 7000만원짜리 24평형 아파트에 살던 그는 그해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시범단지 48평형 아파트를 7500만원에 분양받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1991년 말 입주한 뒤 1년 만에 집값이 2억원으로 뛰었고 양씨는 이를 팔아 강남에 40평형 아파트를 사 되돌아왔다. 이후 분당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평당 700만원에 분양받아 6개월 만에 1억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넘겼다.
그러나 이런 거래과정에서 양씨는 양도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분당 집을 팔 때 매매가를 허위로 신고한 데다 국세청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기준가격(기준시가)을 고시하지 않아 2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만 냈다. 분양권 전매 때는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양씨가 현재 ‘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과 개발이익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때문이다.
신도시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달 말 분당의 주상복합건물 ‘더 (노,로) 스타파크’의 분양 현장에는 수만명이 몰려 7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흘 만에 분양권 프리미엄은 6000만원까지 붙었다. 실수요자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추정.
신도시를 조성하려면 사회기반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투자비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런 투자비용은 개발이익금이 아닌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자체의 가치가 높아졌다기보다는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때문일 것이다. 개발이익 환수가 이루어 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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