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변협회 "부시대통령 상까지 팔았다"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4시 49분


웅변협회 간부들과 학부모들이 대학 특례입학과 고교 내신성적에 도움이 되는 웅변대회 상장을 돈을 주고 사고 판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최근 3년여 동안 경기지역 3개 웅변협회가 학부모들과 거래한 상장이 133개에 이르고, 수험생 10여명이 돈을 주고 산 수상경력으로 대학에 특기자로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동만·金東滿)는 10일 경기도의원으로 사단법인인 A웅변협회 경기지역본부장인 신모씨(39)와 A웅변협회 회장 구모씨(53), B웅변협회 이사장 고모씨(56), C웅변협회 사무총장 김모씨(62) 등 3개 웅변협회 간부 9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상장을 산 학부모 60여명과 웅변학원 원장 등 70여명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2001년 7월 A웅변협회가 주관한 고교생 대상 전국단위 웅변대회에서 학부모 조모씨의 아들이 통일부 장관상을 받게 해 준 대가로 2750만원을 받는 등 최근 3년여 동안 학부모 42명에게 모두 1억3000만원을 받고 상을 준 혐의다.

또 구씨는 2001년 4월 전국웅변대회를 열며 신씨가 추천한 학생 4명에게 건교부장관상을 수여한 뒤 1100만원을 받는 등 64개 상을 돈을 받고 시상, 1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웅변협회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단체별로 연간 2~5회씩 총 20여 차례의 전국단위 웅변대회를 열어 △대통령상과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 3부요인상은 300만원~1800만원 △장관상은 100만~300만원에 판매했으며 △대통령상 1개와 3부요인상 17개 장관상 111개, 미국대통령상 4개 등 모두 133개 상장을 6억원에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회 전에 미리 각 시도지부 및 웅변학원을 통해 학부모들과 상장 종류와 가격을 정하고 거래했으며 심지어 대회 당일 학부모들과 접촉해 즉석에서 거래를 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미국 LA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뒤 이들에게 요청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상장까지 받아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10여명은 이들로부터 돈을 주고 산 상장으로 명문 사립대 분교와 지방 사립대 등에 웅변특기생으로 특례입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의장상 2개(3600만원)와 미국 대통령상 1개(1300만원), 장관상 1개(400만원) 등 총 4개의 상장을 5300만원을 주고 산 한 학생은 유명 사립대 분교에 웅변 특기생으로 진학했으며 한 학생은 장관상 6개와 미국 대통령상 1개 등을 3250만원을 주고 사들인 뒤 역시 웅변 특기생으로 지방대 사립대 본교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 3생 10여명은 현재 2학기 수시모집에 특례입학생으로 지원한 상태다.

검찰은 "특례입학 외에도 이 상장들은 고교장 추천과 내신성적을 올리는데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돈을 주고 산 상장으로 입학한 학생 10여명의 명단을 해당 대학과 교육인적자원부에 통보해 학칙 등에 따라 처리토록 하는 동시에 상장 발급문제와 관련해 편의를 봐준 정부기관 실무자들도 소속 기관에 통보, 자체 조사토록 했다.

디지털뉴스팀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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