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기획했나?=경찰은 화염병 700여개, 쇠파이프, 새총과 볼트 너트 등 이번 시위에 동원된 시위용품의 내용과 규모로 볼 때 폭력시위가 조직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폭력시위를 준비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연맹은 민주노총 내 강경흐름을 주도해왔고 최근 분신 또는 자살한 4명의 노동자 가운데 3명이 소속 조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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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집회 당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스타렉스 승합차 편으로 화염병 360여개를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금속연맹 부산지부 노조원 김모씨(36)를 10일 오전 1시25분경 경부고속도로 김천톨게이트 부근에서 붙잡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집회 2, 3일 전부터 민주노총과 ‘노동자의 힘’ 등의 홈페이지에 ‘선봉대 2000명을 결성하고 화염병과 구슬(너트로 추정) 등 시위용품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잇따라 게재된 데 주목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현재의 정보로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화염병 사용을 사전 기획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집회 자체가 불법으로 치달은 만큼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이희정(李時政·45) 조직실장은 “지도부 차원에서 화염병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고 평화시위를 준비했다”며 “분노한 일부 조합원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맞서 화염병을 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민 반응=시민들은 시위대의 주장이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폭력시위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는 반응이다.
이수진씨(32·여·회사원)는 “CNN 등 외국방송이 방영한 이번 시위 현장은 내전상황처럼 처참했다”며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아 세계적 망신을 준 폭력시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선씨(23·여·대학생)는 “독재정권 시절도 아닌데 요즘 상황에서 왜 그렇게 과격한 시위를 벌였는지부터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화염병 시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원석씨(60·중소기업 사장)는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준비해 미리 작정하고 과격시위를 벌였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결국 지도부 책임이므로 민주노총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당국도 문제=정부와 경찰 역시 시위가 이처럼 폭력적으로 흐른 데는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노동계가 이날 들고 나온 문제들은 예전부터 누적된 것들이고 폭력집회도 예견됐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은 정부 차원의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역시 사전에 폭력시위로 번질 충분한 징후를 감지하고도 검문검색을 통한 시위용품의 사전 차단 등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시위에서 화염병을 투척한 혐의로 박모씨(39) 등 5명을 포함해 113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금속연맹 소속 노동자 71명과 화학섬유연맹 소속 21명 등 노동자 105명,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4명 등이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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