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익/모두의 숙제 '고령화사회'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36분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섰다. 2000년 현재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7.2%여서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9년에는 14%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는 것이 정부 추계다.

이것만으로도 기존의 세계기록을 돌파하는 초고속이지만, 이 일정들은 그나마 2, 3년 당겨질 것 같다.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를 뜻한다. 2명을 낳아야 인구 규모가 유지되는데 2002년 기준으로 이미 1.17에 불과하다.

▼생산가능인구 급감 ‘사회의 위기’▼

인구감소가 심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인구 총수는 당분간 증가해 20년 뒤인 2023년에 정점인 5068만명에 이를 것이다. 다시 20년이 지난 2040년경에는 지금 인구 규모로 되돌아온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늙은 모습으로…. 그때가 되면 노인의 수는 2003년 현재의 400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3.6배 증가한다.

노령화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는 보건 복지 등 사회보장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특히 젊은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4년 뒤인 2017년의 3600만명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규모 자체가 줄기 시작하는 게 진정한 위기의 원천이다. 국가경제의 기본인 노동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노인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새로운 적응을 시작해야 함을 뜻한다는 점에서 범사회적인 문제다.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는 생산과 소득의 감소, 조세 및 사회보장 수입 감소, 저축률 감소 등 일파만파의 사회경제적 파장을 낳는다. 그 때문에 여성과 장년, 초기 노년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고령사회 대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9일 재정경제부는 장·노년 인력의 활용을 위해 고령자 차별금지, 고령자 고용장려금,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의 ‘고령사회 대책’을 발표했다. 환영할 일이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이 순응할지 의문이다.

장·노년 노동력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이들을 고용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산업구조 자체가 노인 친화적으로 바뀌지 않고선 어려운 일이다. 또 노인들의 재교육, 직업교육이 강력하게 진행돼 ‘능력 있는’ 노인이 새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 이는 산업자원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의 정책변화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여성노동력의 활용에는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사회 대책의 하나로 제시된 ‘출산장려’ 정책이 자칫 여성을 다시 가정에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이 가능하면서 여성이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녀 보육과 교육 부담, 노부모와 장애인의 부양 부담이 개인에게 맡겨진 상태에서는 ‘출산 감소’ 아니면 ‘여성 노동력의 유휴화’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

두 가지 모두가 한국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출산수당 도입, 보육지원 확대 정도다. 이것만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 ‘적극적인 출산 장려운동’도 제안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코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부담 경감, 사회적 보육을 통한 육아 부담 해소, 노인과 장애인 부양의 사회화 등이 이뤄지지 않고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길이 없다. 또 각종 사회적 권리, 가사노동, 취업과 승진에서 양성의 평등을 남성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정책만으로 풀기도 어렵다. 교육인적자원부 여성부 보건복지부 등의 정책의지와 함께 사회 전체의 이해와 노력이 병행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노인 노동’ 실현 가능한 대책 시급 ▼

교육 보건 여성 노인 등과 관련한 각종 복지 확충은 경제성장에 부담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이 지금 우리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경제의 운용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익 서울대 교수·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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