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전과는 달리 대구 경북이나 전남 광주 등 다른 지방에는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에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보다 수도권의 덩치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100여명으로 구성된 ‘신행정수도 재고(再考)를 촉구하는 국민포럼’은 11일 “신행정수도 건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수렴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통근할 수 있는 거리에 행정수도를 만드는 것은 수도권을 더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의 ‘분산’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주장은 내년 4월 예정된 고속철도 개통과 맞물려 있다. ‘달리는 비행기’라고 불리는 고속철은 최근의 시험주행 때 보여준 것처럼 서울∼천안을 20분 만에 주파했다. 서울 시내를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들은 현재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 문제뿐 아니라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한 불균형 문제도 충분히 고려해서 행정수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 억제에 관한 자문을 해왔던 미국 남가주대학 해리 리차이드슨 교수(도시 및 지역계획 학과장)는 “남북통일 시대를 예상해 수도를 이전할 경우 북한의 개성이 오히려 적절하고 현재 상황이라면 서울에서 먼 광주가 균형발전을 위해 낫다”며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하면 한국 전체의 균형발전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포럼에 참여한 영남대 우동기(禹東琪·행정학) 교수는 “행정수도 예정지는 서울에서 통근거리이기 때문에 실질적 수도권 분산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충청권을 제외한 영호남 강원 등 지역은 별다른 혜택을 받기 어려운데다 지역의 자생력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에는 최상철(서울대 환경대학원) 노화준(서울대 행정대학원) 남영우(고려대 지리교육학과) 서승환(연세대 경제학과) 윤철현(동아대 도시계획학부) 김병주(서강대 경제학과) 정환용(전남대 지역개발학과) 최용호(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안태환(대구대 도시과학부) 이종화(목포대 정경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국민포럼은 앞으로 충청권 신행정수도의 타당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활동을 펼 계획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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