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鄭宇鎭) 교수팀이 2000년 6∼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부 5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신력(姙娠曆) 조사결과를 분석해 1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여성의 낙태율은 28.1%로 전업주부의 12.9%보다 갑절이 넘었다.
직장여성의 낙태율이 높은 것은 직장의 모성보호 환경 미비, 출산에 따른 가계비 증가 및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종교와 남아선호도는 낙태율과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무종교자의 낙태율(15.0%)과 불교(20.8%), 천주교(16.6%), 기독교 신자의 낙태율(15.4%)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주부가 남아를 강하게 선호하는 경우 18.9%, 그렇지 않은 경우 16.4%가 낙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임신부가 성감별을 한 뒤 낙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주부의 학력과 경제적 여건은 낙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졸 주부는 38.1%가 낙태를 했지만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의 낙태율은 13.2%여서 학력과 낙태율은 반비례했다.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이 5000만원 미만인 주부는 13.9%, 5000만∼1억원 미만은 20.4%, 1억∼2억원 미만은 22.1%, 2억원 이상은 31.1%가 낙태를 하는 등 부유할수록 낙태율이 높았다. 정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 여성의 낙태율이 높다는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직장 내 모성보호 환경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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