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의)협박 근거가 있다”며 반격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이날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 최돈웅(崔燉雄) 의원과 통화한 뒤 “김 전 총장은 ‘전혀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소리’라고 했다”며 “최 의원도 ‘손 회장에게 표적 사정 얘기나 강요 또는 강압을 한 적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특히 지난해 손 회장에게 대선자금을 요청하자 손 회장이 ‘얼마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일선에 총알이 떨어져 어렵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SK측에 액수를 명시하거나 강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협박에 의한 강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나라당이 대선 직전 국감 및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재벌과 기업을 괴롭혔으며 특히 SK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10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이 ‘SK가 멕시코 정유플랜트 공사를 덤핑 수주했다’고 공격했으며, 이에 앞서 같은 달 3일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갑자기 ‘011 도청설’을 제기했다”며 “당시 한나라당의 SK에 대한 일련의 문제 제기에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집권시 표적사정을 위협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는 손 회장의 증언은 충격적”이라며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공식 비공식 비자금의 총액과 사용처를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는 한나라당과의 특검법 공조에 대한 일부의 비판을 의식,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편 손길승 회장은 12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고법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5년간 정상적 자금을 (각 정당에) 편향적으로 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대선 때는 돈을) 자발적으로 준 게 아니라 그쪽에서 먼저 달라고 해서 줬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SK 관계사 연수교육 현장에서 이 말을 한 것은 우리가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나는)반성해야 할 사람이니 반성할 시간을 좀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에 건네진 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연수교육 현장에서 액수를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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