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화도 여기저기 둘러보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준비해간 간식만 먹고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큰길을 빠져나와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던 중 산기슭 근처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 푸근해 보이는 장소가 눈에 띄었다.
거기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양손에 음식물 쓰레기를 든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왜 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지? 저쪽으로 가면 얼마든지 좋은 장소가 많은데…”라고 말을 건넸다.
의아해 하는 필자에게 할머니는 “여기는 내가 음식 찌꺼기를 버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가지고 온 쓰레기를 쏟은 뒤 “하지만 여기는 쓰레기장이 아니라 우리 밭”이라며 “음식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욕을 먹지만 우리 밭에 버리면 퇴비가 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는 우리에게 “밥을 갖다 주고 싶지만 오늘은 남은 밥이 없어 줄 수 없으니 대신 뜨거운 물이라도 갖다 주겠다”며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거듭 사양했지만 할머니는 잠시 후 정말로 따끈따끈한 차를 끓여 왔다.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와 컵 하나를 우리에게 전하며 “주전자가 낡았으니 이해해 달라”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차가운 음식을 급하게 먹고 난 뒤여서 온몸이 움츠러들었던 우리는 할머니의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한결 훈훈함을 느꼈다.
할머니께 거듭 고마움을 전하고 서둘러 귀갓길에 오르면서 할머니가 우리에게 보여준 ‘이웃간의 나누는 삶’을 새삼 생각해봤다. 그 할머니처럼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내 것을 남에게 베푸는 보시(布施)의 자세를 우리 모두가 갖는다면 살 만한 세상이 될 텐데…. 아니,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것 같은 ‘생활 속의 작은 환경보호’라도 실천해야겠다.
진유범 인하대 강사·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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