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서 당면한 국가적 과제는 대선자금 비리 의혹 규명과 정치개혁이다. 어떤 일도 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이번만큼은 정치권의 검은돈 관행을 모두 털고 가자. 그래서 우리도 선진(先進)정치 한번 해 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정치인이라면, 더욱이 대선자금 비리에 연루된 당의 당직자라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진상 규명에 협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옳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을 관철한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여야 모두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고 가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특검이 실시돼 의미 있는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당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른 순서다.
특검은 시작도 안 했는데 개헌을 들고 나오니까 국민은 도대체 한나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더욱이 개헌론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러니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개헌론을 부풀리고 있거나, 대선비리 정국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개헌을 추진하고 싶다면 대선자금 비리 의혹을 규명하고 보다 진전된 정치개혁안을 마련한 후 내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의 문제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는데 개헌 국민투표까지 하자는 말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은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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