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 대선캠프에 불법선거자금을 전달한 단서가 포착된 대기업 재무담당 임직원 10여명에 대해 최근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검찰관계자는 “출국금지 대상자는 5대 그룹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등 5대 그룹 이외의 대기업에서도 불법대선자금이 전달된 정황 및 단서가 잡혔다는 말이다.
검찰은 기업경영과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우려해 출국금지 대상자 명단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및 재계에서는 강유식(姜庾植)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 출신 임원이나 현직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들이 출국금지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기업에 대한 설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5대 그룹의 핵심관계자들을 최근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시내 모처로 불러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조하지 않으면 다른 약점을 잡아 수사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까지 놨다는 소문도 재계에서는 돌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사 협조가 당초 검찰의 기대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수사가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에 지원한 공식후원금 내용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자 한결같이 “합법적인 후원금만 지원했을 뿐 불법자금은 한 푼도 건네지 않았다”며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효남(文孝男) 대검수사기획관은 13일 “기업 수사가 아주 순조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난관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수사기획관은 “기업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법을 사용하면서 (대선자금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선거자금을 자백하면 대기업 비자금 수사를 면제해 주겠다”고 한 검찰의 제안을 기업들이 거부한 이상 검찰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비자금을 파헤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단서가 잡힌 재벌그룹 한 곳을 골라 기업 비자금 전반을 들춰내는 방식으로 ‘본보기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어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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