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서 교편잡다 텐진 한국학교 자원 박순덕 교사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9시 01분


초등교사 16년째인 박순덕(朴順德·38·포항장량초교 휴직) 교사는 올 3월 중국의 공업도시 텐진(天津)으로 날아갔다. ‘텐진한국국제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생활한 지 8개월. 박 교사는 “넓은 대륙에 섬처럼 느껴지는 학교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90년대 들어 한국 기업의 중국진출이 급증하면서 현지 직원들의 자녀교육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지 기업체 직원 등은 함께 온 자녀를 위해 아예 학교를 세워 교육 걱정을 덜고 있다.

중국에 설립된 한국국제학교는 현재 6곳(연변 베이징 상하이 홍콩 천진 옌따이). 88년 설립된 홍콩학교를 제외한 5곳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이후 설립됐다. 일본에 있는 4곳이 모두 해방 직후에 설립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생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1682명인데 중국은 1683명으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에서 가까운 텐진국제학교는 2001년 3월 개교했다. 한국인이 갈수록 늘어나자 교민들이 교육부(한국)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것. 초중고 교육과정은 국내와 비슷하지만 영어 중국어 시간이 많은 편이다.

“개교 당시에는 전교생이 140명이었는데 해마다 늘어 지금은 350명이나 돼요. 중국학교나 영국국제학교에 다녔던 아이들도 이곳으로 전학옵니다. 한국인 교사들과 공부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한가봐요. 중국사회가 국제화되면서 국제학교끼리 경쟁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텐진에서 실내장식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온 4학년 김태언(金兌彦·11)군은 중국학교에 2년 다니다 이 학교 개교에 맞춰 전학왔다. 김군은 “중국학교에선 놀림도 당하고해서 학교다니기가 싫었지만 텐진한국학교는 급우와 선생님이 모두 한국사람이어서 감정이 잘 통해 좋다”고 말했다.

교육부 파견으로 3월 부임한 김태진(金兌鎭·55) 교장은 “한국학교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며 “이 곳 한국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이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의 한국국제학교는 14개국 24개교. 특히 중국은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학교끼리 유능한 교사 초빙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테헤란한국학교는 19일까지, 텐진 학교는 12월 10일까지 국내의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채용계획을 교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채용되면 보통 2년 정도 근무한다.

“2년 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과 중국 학교가 미술로 교류하는 길을 열고 싶어요. 두 나라 어린이들이 미술을 통해 서로를 표현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박 교사가 텐진에서 꾸는 꿈이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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