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섬마을 선생님들 '1인2역'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9시 05분


“배우고 깨치는데 자식과 부모가 따로 있나요. 아이 선생님이 부모들의 스승이 됐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1시간20분 거리인 전남 신안군 팔금면 팔금중은 전교생 36명에 교사가 9명인 섬마을 미니학교.

이 학교는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학교 음악실에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컴퓨터나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학부모들이 등교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노래 교실’. 수강생 20여명은 오후 2시부터 모윤희 음악교사의 지도 아래 가요, 팝송 등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노래교실 합창단은 면민의 날과 학교 행사인 ‘금당축제’에서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4월 개강한 컴퓨터 교실도 학부모와 주민들의 향학열이 넘친다. 컴퓨터 교실은 마늘을 파종하고 수확하는 농번기에 잠시 휴강하지만 농한기인 11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20시간의 교육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 수강생들은 컴퓨터 자판을 익히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는 게 지도 교사의 얘기.

수강생 노정춘씨(52)는 “자식들 가르치기도 벅찰텐데 학부모들까지 세심하게 챙겨준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비록 두손가락으로 자판을 치는 독수리타법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농사정보를 검색하고 이메일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팔금중 한문수 교장(56)은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 교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장만한 음식을 내놓고 교사 친목행사 때도 함께 어울리고 있다”며 “풍물이나 자수 등 특기적성 교과목 가운데 주민들이 원할 경우 방과 후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안좌면 안창초교도 존포마을에 개설된 ‘우리말 야간학교’에 각종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2월 주민들이 ‘우리말 야간학교’를 세우자 학교 측은 주민들이 글을 쉽게 깨우치도록 그림자료 등을 만들어 제공하고 가끔 교사들이 직접 가서 글을 가르치고 있다.이 학교 진승만 교장(61)은 “농번기가 끝나 다음달부터 학교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칠 방침”이라며 “도시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정이 오간다”고 말했다.

신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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