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인구조’ 박남이씨 서울市長 표창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9시 05분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문영주씨(71)의 목숨을 극적으로 구했던 박남이(朴南二·32·사진)씨가 13일 오전 서울특별시장 표창장을 받았다.▶본보 11월 10일자 A31면 참조

박씨는 “다친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무작정 뛰어들었을 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문씨를 모시고 다시 올라올 생각이었지만 전동차가 들어온다는 신호음을 듣고는 선택의 여지없이 배수로로 몸을 숨겼다는 것.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혹시라도 몸을 잘못 움직이실까 붙잡고 있느라 딴 생각은 못했습니다.”

박씨는 문씨를 구출하고 자리를 피한 뒤에도 문씨의 건강이 가장 염려됐다고 했다. 다행히 문씨는 의식을 회복했고 박씨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번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몸도 불편하신데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해들은 것만으로 충분하고 빨리 완쾌하셨으면 좋겠네요.”

박씨는 오딘넷시스템이라는 전산망 구축 관리회사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미혼 직장인이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좋은 일을 하고도 나서지 않고 생업에 돌아간 사람을 노출시키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서울시민을 대표해 귀감이 될 만한 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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