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와 충치의 연관관계' 결론 못내

"30년간 매일 한 병 이상 콜라를 마셔 온 40대 남성이 충치로 치아를 모두 잃게 됐다면 이는 콜라 때문일까?"

나홀로소송 시민연대 이철호 대표가 지난해 9월 "콜라 때문에 치아를 모두 잃게 됐다"며 코카콜라를 상대로 낸 1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가 대학병원 측에 이씨의 치아 상태에 대해 감정을 의뢰했지만 "콜라 때문인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와 재판이 난항에 빠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고영한 부장판사)는 최근 "콜라와 치아상태의 연관관계를 전문가를 통해 밝혀보자"는 코카콜라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 대학병원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병원 측은 "치의학적 관점에서 탄산음료가 충치를 유발할 수는 있으나 콜라 섭취 때문에 현 상태가 유발됐다는 개연성을 증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콜라가 이씨의 치아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전적으로 콜라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

재판부는 물론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 이 같은 감정결과에 불만족스러운 것은 당연. 재판부는 "이씨에게 우식증이 있다는 점만 재확인된 것"이라는 입장이고 원고도 "몇 시간이나 힘들여 온갖 검사를 받았는데 똑부러진 결론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카콜라측은 "이씨의 우식증이 어느 정도 심각한 상태이며 콜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좀더 판단해 달라"며 이 병원을 상대로 한 신체감정 촉탁보완 신청을 재판부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당초 병원의 감정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일단 병원 측의 좀더 상세한 설명을 들어보고 나서 향후 일정을 생각해 보자는 입장이다.

한편 이씨는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기존의 청구취지에 "탄산음료가 치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경고표시를 콜라 병이나 캔에 기재토록 해 달라"는 내용을 추가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