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그동안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들과 대선 당시 당 재정위원장이던 최돈웅(崔燉雄) 의원,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SK 이외의 다른 그룹에서도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정황을 상당히 포착했다.
우선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구속된 이 전 국장의 진술 등을 통해 김 의원과 최 의원, 이 전 국장, 재정국 직원들의 역할이 드러났다.
또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말경 한나라당 재정국 사무실에 SK비자금 100억원과 당비 30억원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현금이 보관된 정황과 최 의원이 대선 기간 다른 대기업에 전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SK 외에 삼성 LG 롯데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모금을 최 의원과 함께 다른 의원들도 맡았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어 다른 의원들이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김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불법 대선자금의 모금 및 집행 내용이 담긴 자료를 폐기하도록 이 전 재정국장에게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선자금 불법 모금과 집행의 총괄책임자로 김 의원을 우선 지목하고 있으나 대선 당시 당 고위인사들이 개입했거나 공모했을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최 의원에게 “독촉하지 말라”며 제지한 정황이 일부 드러난 만큼 법적 책임과 관련 없이 이 전 총재의 사전인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전적으로 객관적인 정황 확보와 관련자 진술 등에 달려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대선 전 SK가 도와준다는 사전보고를 받았으며 SK에서 돈이 들어왔다는 사후보고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함에 따라 대선자금 모금 보고라인이 수사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시 소환될 김 의원이 불법 모금과 관련한 책임을 ‘윗선’으로 떠넘기거나 불법 모금 비선조직의 존재를 밝힌다면 수사의 표적은 이 전 총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난해 대선 주자였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가 곧바로 제기될 수 있어 당 핵심부에 대한 수사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