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수능 출제위원에 학원강사가 포함됐고 출제위원장을 지낸 교수가 ‘수능 비법’ 참고서를 낸 것이 밝혀졌다. 또 수능 외국어영역의 일부 문제가 시중 모의고사와 거의 같아 논란이 되고 있다.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감독관청인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출제 관리감독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출제자 자격 시비가 있는 학원강사가 문제를 내고, 그의 전공분야가 학원가에서 예상문제로 나돌았다니 수능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출제 과정에서 취득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인사가 출제위원장 경력까지 밝히며 출제 과정 등을 담은 책을 낸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시중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같은 문제가 수능에 출제된 것 또한 그 교재를 공부한 학생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불찰이다.
평가원과 교육부가 이 같은 문제점을 몰랐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교육부는 평가원이 ‘수능의 권위를 훼손했다’면서도 고작 기관경고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출제위원과 출제문제에 대해 파문이 일고 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이야말로 수능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아닌가.
교육당국은 이번 기회에 수능 출제와 관리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급히 선정된 출제위원들이 한달간 문제를 내는 방식은 안일하다. 행정편의에 따라 수험생이 단 한번, 단 하루에 모든 시험을 치르게 하는 점도 바뀌어야 한다. 미래 인력의 앞길을 결정짓는 수능시험 출제와 관리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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