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못받은 러여성 검사가 나서 받아줘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31분


“사건 처리로 바쁜 와중에도 억울한 사연을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준 검찰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업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한 러시아 여성이 서울지검 고양지청 이태한(李泰翰) 검사에게 러시아어로 남긴 편지 내용이다.

업소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뻔한 것을 이 검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모두 해결하고 무사히 귀국길에 오르게 된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러시아 여성 엘비라(26)가 무작정 이 검사를 찾은 것은 13일 오후 4시. 그는 서툰 영어로 “임금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 비자가 만료돼 귀국해야 하는데 한 푼도 없어 불법체류 상태가 될 처지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 검사는 의정부노동사무소로 보낼 간단한 한글 진정서를 작성해 줬으나 엘비라씨가 “비자가 20일 만료돼 시간이 없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이자 달래며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6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받아 5월 입국해 3개월 동안 경기 고양시의 모 레스토랑에서 연주자로 일했으나 임금을 받지 못했고 보름가량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주로부터 폭행까지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검사는 다음날 업주를 불렀다. 체임기간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1개월치 임금 700달러와 치료비 1000달러, 항공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업주는 폭행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검사는 “즉시 해결하지 않으면 또 한 명의 불법체류자가 생겨날 상황이었고 국가 이미지도 크게 나빠질 것으로 판단해 직접 사건을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비라씨는 20일 한국을 떠난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